비 오는 날 라운드는 장비와 준비, 안전 수칙에 따라 난이도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 글은 우비 선택과 착용법, 방수·방한 장비 운용, 낙뢰·미끄럼 등 안전 가이드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우중 라운드의 스코어와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는 실전 팁을 제공합니다.
우비(레인기어) 선택과 착용법: 통기성·가동성·시야 확보가 핵심
우비는 우중 라운드의 성패를 좌우하는 1순위 장비입니다. 선택 기준의 우선순위는 방수지수(수압), 통기성(투습), 가동성(신축성)입니다. 방수지수는 10,000mm 이상이면 대부분의 장맛비를 견디고, 폭우까지 고려한다면 20,000mm 이상이 안정적입니다. 단, 방수만 높고 투습이 낮으면 내부 결로로 옷이 젖어 체온이 떨어지고 스윙이 둔해집니다. 투습지수 10,000g/m²/24h 이상의 원단을 고르면 땀 배출이 원활합니다. 가동성은 스트레치 2~4방향 소재와 라글란 소매, 등판 플리트(여유 주름) 유무가 관건입니다. 백스윙 탑에서 견갑골이 막히면 클럽 헤드 스피드가 즉시 감소하고, 임팩트 때 어깨가 열리기 쉬워 페이스 컨트롤이 흔들립니다. 사이즈는 정사이즈보다 반 치수 여유를 둬 안쪽에 미드레이어(기모/울)를 겹쳐 입을 수 있게 하되, 소매 길이는 그립을 잡았을 때 손목 보강재가 퍼터나 웨지에 걸리지 않는지 확인하세요.
구조적으로는 완전 봉제테이핑(심실링), 방수 지퍼 유무가 실전 내구성에 직결됩니다. 겨드랑이 벤틸레이션(지퍼 환기)이 있으면 소나기와 습도 변화에 맞춰 체온을 미세 조절할 수 있습니다. 후드가 달린 재킷은 빗줄기와 바람 방향에 따라 시야를 가릴 수 있으므로, 챙 깊이 조절과 코드락으로 머리 움직임을 따라오지 않게 고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시야를 넓히려면 챙 모자 + 얇은 비니(혹은 헤드밴드) + 후드 조합을 추천합니다. 챙 모자가 빗물을 컵처럼 받아 떨어뜨려 눈부심을 줄여 주고, 후드는 목 뒤로 빗물이 타고 들어오는 걸 막습니다. 하의는 레인팬츠를 준비하되, 밑단 벨크로로 발목을 조여 카트나 디봇 가장자리에 걸리지 않도록 하세요. 허리 밴드는 라운드 중 체중·속옷 두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웨이스트 어저스터가 있으면 편합니다.
착용법에서는 레이어링이 관건입니다. 피부-흡습속건 이너 → 얇은 보온층(기모/경량 플리스) → 쉘(우비) 순으로 입으면, 비가 그치거나 강해질 때 레이어를 하나만 조절해도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손목에는 방수 커프를 겹쳐 장갑으로 빗물이 흘러들지 않게 하고, 넥 개스킷을 너무 죄지 말아 호흡·템포를 살리세요. 마지막으로, 캐디백 레인커버와 클럽헤드 전용 커버를 별도 휴대하면 볼마커·티·레인지파인더를 꺼낼 때 내부가 젖는 시간을 줄일 수 있어 플레이 템포와 집중력이 올라갑니다. 우비는 단순히 젖지 않기 위한 장비가 아니라 스윙 효율과 집중력을 유지하는 ‘이동식 환경 제어 장치’라는 관점으로 준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방수·방한 장비 운용과 코스·클럽 관리: 그립·타월·신발이 스코어를 지킨다
우중 라운드에서 스코어를 지키는 3대 필수품은 방수화, 예비 그립 장갑(양손), 대형 타월 2장 이상입니다. 방수화는 미끄럼과 체온 저하를 동시에 막고, 발이 젖지 않으면 후반 홀에서의 지면 반력 활용이 안정적입니다. 밑창은 소프트 스파イク나 날개형 러그가 많은 하이브리드 솔이 젖은 페어웨이·티박스에서 접지력을 높입니다. 깔창은 쿠션+아치 서포트형으로 교체하면 장시간 물기 속에서도 발의 피로가 덜합니다. 장갑은 비 전용 합성섬유(젖을수록 마찰 증가 타입)를 권장하며, 우측·좌측 각각 2장을 번갈아 사용해 항상 마른 상태를 유지하세요. 포켓에는 지퍼락을 넣어 여분 장갑과 볼, 티를 구분 보관하면 꺼낼 때 젖는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립 관리가 곧 방향성과 거리의 생명줄입니다. 카트에 대형 마이크로파이버 타월을 하나, 허리의 카라비너에 작은 타월을 하나 달아 스윙 전 손과 그립을 즉시 닦으세요. 우드는 특히 크라운에 물방울이 맺히면 시선이 분산되니, 어드레스 직전 빠르게 헤드·페이스를 닦는 루틴을 추가합니다. 웨지는 페이스 홈에 잔디+물+모래가 혼입 되어 스핀 손실이 커지므로, 브러시로 그루브 청소 → 드라이 타월로 마무리 순서를 매 샷 적용하세요. 공도 수막 때문에 런과 스핀이 달라집니다. 그린 주변 칩샷은 낮은 탄도, 짧은 런으로 바뀌기 쉬우니, 탄도를 올리고 런을 늘리려면 볼 포지션을 우측에서 중앙으로, 로프트는 한 클럽 낮춰(예: 58°→54°) 임팩트에서 지면과의 접촉 시간을 줄이는 전략이 유리합니다.
코스 공략은 빗물 저항과 지면 슬립을 전제로 수정합니다. 드라이버는 캐리가 줄고 런이 거의 없으므로 티 높이를 1~2mm 낮추고, 페이드성 구질이면 우측 미스 대비를 위해 목표를 약간 좌로 잡으세요. 아이언은 한 클럽 길게, 바람이 동반되면 낮은 트래젝토리(스팅어 성향)로 스핀을 줄여 드롭을 빠르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린은 속도가 느려 보이지만 표면 수막에서 초기 감속이 발생하므로, 실제로는 처음 더 세게·끝은 더 짧게 굴러갈 수 있습니다. 해법은 ‘컵 뒤 40cm’를 본다는 원칙과 퍼터 로프트 유지(핸드퍼스트 과다 금지)로 트루 롤을 빠르게 만드는 것입니다. 벙커는 젖으면 모래가 뭉쳐 일반적인 1~2인치 진입이 어렵습니다. 볼 뒤 모래 얇게(스플래시 양 감소), 클럽 스피드 유지로 탈출 성공률을 끌어올리세요. 라운드 후에는 그립 완전 건조, 샤프트 물기 제거, 스파이크 점검, 가방 내부 환기를 즉시 진행해 부식과 곰팡이를 예방합니다. 우중 라운드는 샷 기술보다 장비 운영과 수분 관리가 더 큰 타수 절감 요인임을 기억하세요.
안전(낙뢰·미끄럼·저체온)과 매너: ‘중단 기준’과 팀 페이스 관리
비 오는 날 가장 중요한 건 안전입니다. 첫째, 낙뢰. 천둥 소리가 들리면 이미 위험권입니다. 번개 감지 앱이 없더라도 5초 룰(번개 후 천둥까지 5초 이내면 1.6km 이내)을 적용해 즉시 플레이를 중단하고, 고지대·나무 밑·메탈 펜스·물가를 피하며 클럽을 내려놓고 카트 쉘터나 클럽하우스로 이동하세요. 우산은 금속 프레임이 낙뢰 유도체가 될 수 있으므로, ‘천둥=우산 접기’가 원칙입니다. 둘째, 미끄럼. 티박스·카트길·목재 다리·경사 페어웨이가 위험 포인트입니다. 짧은 스텝, 체중 중심 낮추기, 스윙 시 스탠스 폭 1.1배 확대로 하체 흔들림을 줄이세요. 퍼팅 그린에서는 러닝 스파이크로 그린 손상을 최소화하고, 경사면에선 오른발(오르막)·왼발(내리막) 체중 배분을 조정해 균형을 잡습니다. 셋째, 저체온. 초여름에도 체감온도가 급락할 수 있으므로, 방풍 셸+경량 보온층을 상시 휴대하고, 따뜻한 음료와 전해질을 수시로 보충하세요. 젖은 면 티셔츠는 열을 빼앗으니 흡습속건 이너로 교체합니다.
매너 측면에서는 팀 페이스 관리가 중요합니다. 우중에는 모든 절차가 늘어지므로, 준비 타이밍을 앞당기는 ‘레디 골프’를 합의하고, 각자 샷 전 자신의 클럽·장갑·타월을 미리 준비해 공동 대기 시간을 줄입니다. 공 찾기는 3분 룰을 엄수하고, 위험 구역에선 언플레이어블/벌타 드롭을 과감히 선택해 뒤 팀과의 간격을 유지하세요. 그린에서는 기수막(수막) 부위 피해서 스탠스, 볼마크 확실히 복원, 물 고인 자국(캐주얼 워터) 판단 등으로 코스를 보호합니다. 장시간 폭우·낙뢰 예보가 있거나,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플레이 중단을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며, 이는 스코어가 아닌 팀 안전과 코스 보전을 위한 책임 있는 선택입니다. 라운드 후에는 클럽·의류 건조, 발 보온,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근육 경직을 풀어 2차 부상을 예방하세요. 우중 라운드는 도전이지만, 명확한 중단 기준과 페이스 매너만 지키면 오히려 집중력과 코스 매니지먼트를 연마하는 최고의 훈련장이 됩니다.
비 오는 날 라운드는 우비(가동성 있는 방수·투습), 방수·방한 장비 운용(장갑·타월·신발·클럽 관리), 안전 수칙(낙뢰·미끄럼·저체온·중단 기준)이 성패를 가릅니다. 다음 라운드 전 체크리스트를 준비해 보세요: 레인기어 핏 점검 → 예비 장갑·타월 세팅 → 레디 골프 합의 → 낙뢰·캐주얼 워터 판단 기준 공유. 안전을 확보하면 스코어는 따라옵니다.